"에너지바 먹을래?" "싫어요. 그거 송충이잖아요."
다이브의 대적점
♠♤♠
성탄제
DATE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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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마리아의 탄생을 기리기 위해 성탄절 전날인 12월 28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5일간 이어지는 축제 기간을 뜻한다. 그 시작은 모든 공중파 채널에서 생중계하는 성탄전야제가 장식한다. 이때만큼은 뉴 트렌치에 위치한 중앙교회와 그 주변이 붐볐다. 도시의 모든 거리에는 성탄을 기념하는 찬송가가 흘렀다. 많은 이들이 분위기에 젖어 마리아가 가르친 덕목을 실천했다. 3시간가량에 달하는 대규모 예배 뒤로는 공공연한 비밀인 성탄전야 파티가 이어졌다. 각 정부 부처의 고위급 인사만 참석이 가능한 이 파티는 매년 호화로움을 더해갔다. 아무리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어도, 신문의 사회면이나 연예면을 자랑스럽게 장식하는 유명인이라도 직접 연관된 사람들의 초대를 받지 않고서는 회장에 출입할 수 없었다. 거기까지가 규칙이지만, 개인마다 정해진 수 내에서는 대상이 누구든 자유롭게 양도 가능했기 때문에 매년 시즌이 돌아오면 인터넷 옥션 사이트에 서명된 초대장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본래는 보증 가능한 인물임을 의미했던 초대의 뜻이 변색된 것이다. 파티의 주최자인 역대 총리들도 이런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경비를 강화할 뿐 인선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이 와서 나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매년 일정한 사람만 참석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인원이 바뀌는 게 여러 방면에서 좋았다. 파티가 연례행사가 된 이래 취임한 모든 총리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총리는 아닐 것이다.
다이브의 23대 총리 마르쿠스 엘레나 로드리게즈가 살해당했다. 어떤 무기도, 위험물도 반입할 수 없는 성탄전야 파티 연회장에서. 파티는 갑작스럽게 중단되었고, 건물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의 몸수색이 두 번 이루어진 후에야 완전히 끝났다. 사정을 잘 몰랐던 사람들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입장 때 기대가 가득했던 얼굴은 모조리 지친 기색이 만연하도록 바뀌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힘겹게 나오는 니아를, 먼저 나가 차를 가져온 아스터가 맞았다.
“무슨 일 있었는지 다 들었지? 당분간 정말 바쁘겠네.”
니아가 조수석 안전벨트를 매며 대답했다.
“네. 그래 보이네요. 범인도 찾아야 하고, 총리 선거도 준비해야 하고. 게다가 성탄제는 끝나지도 않았잖아요.”
“초동수사가 늦어질 걸 알고 벌였을 거야.”
차가 출발했다.
“어떻게 했느냐가 문제죠. 경비가 그렇게 삼엄했는데.”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방법을 찾아내더라.”
커브를 몇 번 돌고, 정지 신호에 멈춰 섰다. 아스터가 니아를 돌아봤다.
“네 생각은 어때?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야?”
“불가능할 게 뭐가 있겠어요.”
대화가 끊겼다. 그 침묵 속에서 두 사람 다 상대는 아닐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니아는 판단을 경찰에 일임했으나, 아스터는 아니었다. 그는 1월 1일까지 이어지는 휴일 내내 아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을 돌리며 귀찮을 정도로 온갖 질문을 해댔다. 니아 또한 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가는 말들은 보통 본인보다는 주변 환경과 움직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누가 누구와 함께했는지, 어떤 장소에 누가 있었는지, 거동이 수상한 자는 없었는지. 그런 질문들을 통해 아스터는 니아를 이 추리극에 끌어들였다. 일종의 조수 역할을 제안한 것이다. 니아는 관심 없다는 말로 상황을 벗어나려 했으나, 아스터는 그러거나 말거나 매일 저녁 식사 중에 이런저런 추론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새해가 밝았다. 로드리게즈 전 총리의 장례식은 성탄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1월 2일에 열렸다. 니아와 아스터도 시간에 맞추어 중앙교회로 향했다. 조문객의 행렬은 아주 길었다. 하지만 본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잔류를 허가받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다수가 전 총리의 측근이었고, 가족과 지인은 소수였다. 사실 유명한 인물의 장례식장은 추모 분위기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되려 사교의 장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곳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얘기를 하느라 바빴다. 과거에 대한 것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가 더 많이 오갔다. 살해당한, 그 범인조차 잡히지 않은 사람의 장례식인데도. 온통 검은색뿐인 복장이 아니었다면 여기가 파티장인지 장례식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니아는 그 이상한 세계의 틈에 잔뜩 긴장한 채로 어색하게 끼어 형식적인 인사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사력이 다해가는 중이었다. 그것뿐이었을까? 평소 친하게 지내지도 않던 유관부서의 인물 상당수가 니아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이미 가십거리가 되어버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그들 중 많은 인원은 보수계 인사였고, 다음 총리는 누가 될지 입장을 펼치며 은근하게 니아를 압박해왔다. 반면 아스터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익숙한 듯싶었다. 그는 누가 누굴 초대했는지, 그들과 다른 사람들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착실히 캐냈다. 그 모습은… 니아가 신경을 갉아 먹던 것이 무색하게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수상하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을 받아주는 이들도 이미 아스터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평소 그와 친밀하게 지내던 국세청 사무처장이 “탐정이라도 되고 싶은 거냐”면서 놀리긴 했지만, 답변을 아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니아의 입장에서 이 광경들은 너무나 기이했다. 분명 다이브 전체에 파급을 가져올 죽음이었다. 좋든 싫든, 여기 모인 모든 이가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장소에서 엄중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렇게 이상한 장례식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침묵이 지켜진 본식이 끝나자 사람들은 물밀듯 빠져나갔다. 유족들에게 인사를 건넬 시간이 아깝기라도 한 듯이. 실제로 한시가 바쁜 사람들이 있긴 했다. 총리직 입후보를 천명한 의약기술부 장관이라거나, 거기에 동조한 여러 유명인사, 그리고 실제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여기 온 것만으로도 한숨 겨우 돌린 자들. 니아와 아스터는 세 번째 분류에 속했다. 아스터가 조수석 문을 열자마자 니아가 일갈했다.
“없는 시간 쪼개서 장례식장을 들쑤시고 다닌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요.”
“들쑤셨다니. 평범하게 인사하러 다닌 거야.”
차는 문이 닫히기 무섭게 출발했다. 아스터가 팔을 겨우 뒤로 돌려 벨트를 당겼다.
“당신 몇 번 정도는 거절당했죠?”
니아가 고개를 바쁘게 돌려가며 아스터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아주 천연덕스러워 보였다.
“그랬지. 원래부터 나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이었어.”
아스터가 핸드폰을 꺼내 키패드를 빠르게 두드렸다. 무언가 긴 내용을 메모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들쑤신 게 아니면 뭐예요.”
장례식장은 아니더라도 상대의 마음 정도는 분명히 들쑤셨을 것이다. 나중에 해라도 입으면 어쩌려고. 그런 생각에 니아가 쏘아붙였다.
“그쪽에서도 무언가 짚이는 게 있다는 뜻.”
하지만 돌아온 것은 확신에 찬 말이었다. 니아는 그 자신감에 코웃음 치며 되물었다.
“뭔가 알아냈나요?”
“일 끝나고 알려줄게. 괜히 지금 말했다가 종일 이 생각만 하면 어떡해.”
니아는 당신이나 신경 쓰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멈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말은 나오는 대신 삼켜졌다. 차는 뉴 트렌치를 빠져나가기 직전의 대로변에서 한 번 멈췄다. 아스터가 그쯤에서 내렸다. 지하철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뒤돌아 가는 아스터에게, 니아가 차창을 내린 채로 외쳤다.
“문제 안 생기게 해요.”
그 말에 아스터가 양손으로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고는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하지만 정말로 주의를 기울일지는 미지수였다.

군사작전 총지휘본부의 방위사업청장실에 도착한 니아는 오전에 정리해두었던 서류 더미를 다시 들춰봤다. 긴급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휴 동안 일하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일일 보고나 보다 높은 등급의 결재가 필요한 안건을 문서로 만들어 매일 청장실 앞에 꽂아두었다. 해가 바뀌는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년도 중순에 이미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일을 끝내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평년보다도 문서의 수가 적었다. 총리가 죽어 상부로부터의 지시가 덜 내려온 탓이었다. 그러고 보니 로드리게즈 총리는 늘 바쁘게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동시에 정책 방향이 아주 일관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언론은 총리가 좌 편향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그건 국방부 내부 자료를 확인 가능한 니아가 잘 알았다. 국방 예산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났다. 방위사업청에 할당되는 비율은 더욱 크게 늘어났다. 총리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걸 아는 사람은 누구이고, 좋지 않게 볼 사람은 누구일까? …이런 상념에 빠져드는 습관은 아스터로부터 옮은 것이었다. 니아는 마우스를 붙잡고 이미 켜진 프로그램 목록을 커서로 몇 번인가 훑다가 업무로 돌아갔다.
아스터가 외교부 청사에 도착한 건 니아보다 30분 늦은 시각이었다. 외교부는 연휴에도 재택으로 일을 하게 했다. 5일간의 긴 연휴를 갖는 국가는 다이브 뿐이지, 주변의 다른 국가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교류가 잦은 타 국가에 총리 이름으로 된 디지털 연하장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총리 대행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말을 더욱 조심스럽게 고를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장관은 다른 무엇보다도 다이브가 여전히 굳게 서 있음을 보여주길 원했다. 어떤 면에서는 옳은 선택이었으나 절대 로드리게즈 총리가 고를 법한 단어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총리 대행은 외교부 장관의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아스터는 그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실상 선전포고문과 다를 바 없는 연하장은 이미 온 세계로 전송되었다. 그 여파가 어떻게 돌아와, 새로운 내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몇 달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었다.
연하장 외에, 재택으로는 처리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장관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처리한 일은 밀리고 말 것이다. 아스터는 적당히 하고 나머지 시간은 추론에 쓰기로 했다. 추론 또는 유추하는 활동은 아스터가 그다지 즐기지 않는 부류에 속했다.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것들을 끼워 맞추고 때로는 거짓을 간파하며 진실에 도달한다니, 원하지 않는 세상의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일을 이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총리와는 관계를 나름 유지해 왔었다. 마르쿠스 로드리게즈는 어머니 율리아나 이리스의 지인의 혈족이었다. 정치는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실제로 둘은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친밀하게 지낸 기간이 조금 있었다. 먼저 멀어진 것은 아스터였으나, 마르쿠스는 과거를 잊지 않고 외교부의 적당한 자리에 다른 누가 아닌 아스터를 꽂아줬다. 아마 반발이 꽤 있었을 것이다. 당장 장관의 성향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나. 그리고 둘째로, 총리는 재선 직전부터 정책 방향을 바꾸었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수정한 걸지도 모르지만, 매년 국제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 아스터를 비롯한 여러 진보 인사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점에서 아스터는 마르쿠스의 3선을 원했다. 다른 후보들은 오직 다이브의 위상을 드높일 궁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적정한 균형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게 장기간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 도출된 행위라고 해도, 아스터는 적절한 선에서 그를 지지할 생각이었다. 새 정책으로 주요 보직에 들어간 진보 인물들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했다. 각 진술의 거짓 여부는 나중에 판단하더라도, 일단 그들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제 좁혀진 범위 내에서 이 살인이 정치적인지, 아니면 지극히 사적인지를 마저 판단해야 했다.
그러려는 때에 장관의 메신저 프로필에 초록색으로 불이 들어왔다. 아스터는 잠시 추론을 중단했다. 그리고 나머지 것들은 저녁에 니아 앞에서 말하며 정리하기로 했다.



니아는 기쁜 듯한 아스터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매번 피로감을 느꼈다. 이번에는 그나마 정도가 덜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스터는 그 이야기를 꺼냈다.
“정치적인 원한 때문이라면 오히려 보수 인사가 범인일 가능성이 커.”
무엇을 말하는지 뚜렷이 밝히지 않았지만 대상이야 분명했다. 니아는 볶음밥을 숟가락으로 뒤섞으며 대꾸했다.
“왜 그렇죠? 총리는 매번 그들이 원하는 걸 줬어요.”
“외줄 타기를 잘하는 사람이긴 했지. 그런데 내각 내의 이쪽 사람들은 마르쿠스 총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
니아가 입을 우물거리며 음식물을 씹는 틈을 타 아스터가 말을 이어나갔다. 가볍게 쥔, 쓰지 않은 숟가락이 허공을 이리저리 갈랐다.
“두 정당은 득표 비율 면에서 가장 작은 조각보가 되어주기 때문에 연립 정부에 끼워준 거야. 그러니 당연히 처음에는 의무적인 숫자만큼만 겨우 내각에 넣었고. 그러다가 마르쿠스가 재선을 노리기 시작했지. 정당 사이에 거래가 있던 것도 그때쯤일 거야. 우리가 협력해주면 과반을 넘길 수 있으니까. 그 결과 첫 임기 3년 차에 두 국소 정당의 의원 다수가 기존 인물들을 갈아치우는 모양새로 내각에 들어갔어. 나도 외교부 차관이 됐고.”
니아는 아스터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잘해준 사람이니까 죽이지 않았을 거라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마르쿠스는 아직 가치가 있는 카드야. 더 적극적인 진출을 위해서라도 그가 3선 정도는 해줘야 해. 그런데 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 죽인다니? 말도 안 돼. 마르쿠스가 집권하는 걸로 불이익을 보거나, 아니면 마르쿠스한테 원한이 있는 경우에나 살인 동기가 성립해.”
또 말꼬리에서 확신이 넘쳤다. 니아는 질문 있냐는 듯 말을 멈춘 아스터 대신 식탁 한쪽에 놓인 물병을 한참 바라보다가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렇군요.”
이미 내려진 결론에 니아는 토를 달지 않았다. 애초에 이 추리극이 일상까지 기어들어 오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 아스터는 한 번 관심이 끌린 것을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는 떠오르는 거 있어?”
“글쎄요.”
대답을 회피해버리는 모습에 아스터의 눈이 묘하게 가늘어졌다. 눈꺼풀 사이에 꽉 들어찬 눈동자가 니아를 응시했다.
“나는 모르고 너는 아는 게 분명 있을 텐데.”
그 시선은 아주 끈질겼다. 확답을 주기 전까지는 결코 거두지 않을 법한 것이었다. 하지만 니아는 이를 일시적으로라도 회피하는 방법을 알았다. 니아가 얕은 한숨을 쉬며 답변을 포기했다. 상대의 기대를 무시하고 다시 식사에 집중하자, 얼마 안 가 아스터도 식기를 달그락거렸다.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하지만 곧 니아 또한 이 추리극에 끼어들게 된다. 바로 며칠 뒤의 일이다.

“경찰청에 출석하게 됐어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네요.”
“그거 다들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
아스터가 커피를 홀짝이다가 한마디 툭 뱉고는 니아를 돌아봤다. 타이밍 맞춰 니아도 목도리 정리를 마치고 아스터를 돌아봤다.
“누가요?”
“이런저런 사람들이.”
아스터의 ‘조사’에 따르면 그렇다는 말일 것이었다. 니아는 그가 대체 어디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모으고 있는 건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자잘한 걸 모으는 게 우리 쪽 사람들 특기거든. 잘 다녀와.”
마치 니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니아는 그런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중앙경찰청에 도착해 안내받은 장소까지 갔는데도, 그들은 특별한 설명도 없이 그저 앞쪽 의자에 앉아 대기해달라는 말만 했다. 대기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이러는 중에도 뒤쪽으로 사람이 쌓여갔다. 죄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가장 바쁘고 힘든 연초는 이곳 경찰들이 보내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스터의 말대로 정말 오래 걸렸다. 본론이 아닌 대기가. 몇 시간에 걸친 지루함 끝에 니아가 아무 의미 없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만뒀다를 반복할 때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한 사람이 성난 발걸음을 감추지 않으며 복도를 가로질러 나갔다. 사람을 이딴 식으로 대하느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따위의 고함이 엇박으로 함께했다. 니아가 기억하기로, 그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호출이 들려왔다.
“대기 번호 57번, 들어가세요.”
니아는 옆에 접어서 내려두었던 목도리를 집어 들고 점멸하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평범한 취조실 같았다. 옆으로 자료가 한가득 쌓여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아직 상당히 젊어 보이는, 맞은편에 앉은 담당 형사는 그 무더기 속에서 니아의 파일을 찾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안에서 양면 두 장짜리 리스트를 꺼내 볼펜과 함께 니아에게 건넸다.
“일단 거기서 두 가지를 체크해주셔야 합니다. 사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평소 알고 지냈던 사람은 왼쪽에, 파티 당일에 만나 대화를 한 사람은 오른쪽에 표시해주세요.”
종이에는 행정기구별로 참석한 사람들이 나열되고, 가장 끝에 외부 초청객이 알파벳 순으로 적혀 있었다. 한 기관의 장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애매한 중간관리자라는 니아의 입장상, 그리고 친목 활동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특성 탓에 왼쪽보다는 오른쪽에 표시가 훨씬 더 많았다. 만약 올해 똑같은 일이 또 생긴다고 해도, 오른쪽에 표시된 사람들이 그대로 왼쪽 자리로 옮겨오지는 않을 것이었다. 니아는 볼펜을 내려놓고 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살폈다. 그리고 수정 없이 제출했다. 형사 두 명이 리스트를 번갈아 확인하고, 다시 맞은편 형사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가 종이를 뒤적거리다가 말했다.
“이날 국방부 사람들과는 거의 마주치지 못한 건가요?”
어투에서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앞의 사람이 대체 무엇을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씩씩대며 나간 건지 니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나긴 했지만 그들이 다른 일로 바빴죠. 말은 섞지 않았어요. 장관을 제외하고.”
“그렇다면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나요?”
“자주 만나지도 않는데 문제가 있고 없고를 어떻게 아냐 싶지만… 네. 평범해 보였어요.”
“외부인은 거의 표시가 되어 있지 않네요.”
“사교 활동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요.”
“로드리게즈 씨는 보지 못했나요?”
“어딜 가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봤네요.”
지루한 질답이 이어졌다. 대부분 경찰이 이미 아는 내용을 교차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니아는 최대한 협조적으로 나왔다. 참석자와 관련된 질문이 어느정도 마무리되었는지, 리스트는 파일 사이에 끼워졌다. 옆에 서 있던 형사가 책상의 버튼을 눌렀다. 파티장의 구조와 시각이 프로젝션 되었다. 입구 쪽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점이 하나 있었다.
“이건 저희가 습득한 자료를 토대로 만든 예상 동선입니다. 사실과 다른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28일 오후 11시 30분부터 29일 오전 1시 40분경까지, 붉은 점이 1층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정신없이 움직였다. 지나간 자리에는 흐릿하게 궤적이 남았다. 재생이 끝나자 니아가 짧게 설명했다.
“다르지 않아요. 다른 층에는 올라가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들른 장소도 일치하고요.”
“확인 감사합니다. 이제 로드리게즈 씨의 동선도 같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전 총리의 동선은 니아와 거의 겹치지 않았다. 그저 몇몇 순간 홀에 같이 있었던 것이 전부였다. 니아의 기억에도 그건 사실이었다.
“이것도 일치하네요.”
“그렇습니까. 당일 별도의 녹화, 녹음 장치나 그런 것이 가능한 휴대 기기, 신체 이식물을 가지고 계셨나요?”
“핸드폰을 제외하면, 아니요.”
“핸드폰은…”
형사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쪽을 돌아봤다. 이 경우는 처음인 모양이었다. 서 있는 형사가 고개를 내젓자 시선이 니아에게로 돌아왔다.
“그럼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조사는 그렇게 미적지근하게 끝났다. 오히려 앞선 사람들이 어떤 조사를 받았는지가 더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기다리던 아스터는, 니아가 예상했던 반응을 정확히 보였다.
“무슨 질문을 받았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돌아온 말이 이것이었다. 해가 질 때까지 내내 거실에서 다른 일을 하며 기다린 듯했다. 니아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겉옷을 벗어 정리하며 답했다.
“당일 누굴 만났는지, 평소 아는 사람들이었는지, 총리와 마주쳤는지, 그리고 휴대한 녹화 기기나 녹음 기기가 있었는지 정도요.”
“별거 없었네. 앞선 조사를 통해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걸지도.”
아스터가 방 안까지 잘 들리라는 의미에서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니아는 그걸 듣고 옷장 문을 휙 닫은 뒤 나왔다. 그리고 문간에 기대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제 앞 순서였던 법무부 장관이 굉장히 화가 난 상태로 나가던데요. 역시 사람마다 질문 내용이 다른 거겠죠?”
“오늘이 조사 첫날이 아니잖아.”
“이미 경찰 쪽에서도 감을 잡고 있다는 거군요.”
“그래. 당장 나부터도 조사를 안 받았고.”
“…당신과 저의 차이점이 뭐죠?”
“글쎄, 소속 정당?”
평소라면 니아가 흰소리로 여기고 넘겼을 법한 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법무부 장관과 니아는 같은 정당, 여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기를 위해 뒤쪽으로 쭉 앉아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당원에 불과한지, 아니면 의원직까지 겸하고 있는지는 상관이 없는 듯했다.
“만약 경찰이 자유민주당 소속 사람들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는 거라면, 역시 범인은….”
“전 저녁 먹고 왔어요. 먼저 들어갈게요.”
니아는 아스터가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말을 끊어버리고 돌아섰다. 그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더 안쪽 방에 놓인 책상에 앉아 덮어두었던 상자를 열고, 서랍을 당겨 꺼냈다. 이전까지 작업하던 모형이 상자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니아는 몸체와 다른 부품들을 꺼내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직전에 잘라두었던 부품에 사포질을 하고, 조심스럽게 후 불어 먼지를 날렸다. 붙여야 할 곳에 몇 번인가 대본 뒤, 스틱으로 접착제를 섬세하게 발라 조합했다. 부품은 정확한 위치에 딱 맞아떨어졌다. 완전히 굳어 접착되기를 기다리면서, 니아는 앞으로의 가이드가 제공된 설명서를 뒤적였다. 그러다보니 설명서가 없으면 이 또한 결과물을 알 수 없는 퍼즐일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가 닿았다. 그렇다면 아스터는 일종의 모형 조립을 하고 있는 걸까? 그날의 사건, 장소와 인간관계를 가지고? 그때부터 니아의 손은 평소보다 움직임이 더뎌졌다. 모형 조립의 진척도는 쉽게 늘지 않았다.

〚나 늦을 거야. 당 사람들끼리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잊어버렸어.〛
저녁에 갑자기 온 메시지대로, 아스터는 아주 늦은 시각, 어쩌면 이르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각에 집 현관문을 열었다. 우당탕하고 들어오는 소리에 내내 얕은 잠을 자던 니아가 거실로 나왔다.
“어어, 안 자고 있었네.”
답지 않게 목소리가 컸다. 알코올음료 특유의 냄새가 같이 풍겨오는 것이, 어두운 곳에서 보기에도 한껏 취한 게 분명했다.
“당신 때문에 깬 거예요.”
“아! 미안. 내가 깨웠구나.”
아스터는 구두를 벗고는 현관 바로 앞 벽에 등을 대고 쭉 미끄러져 앉았다.
“물이라도 한잔 마셔요.”
“그보다 말이지, 꼭 해줘야 하는 얘기가 있어.”
니아가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도 말은 이어졌다.
“범인은 의약기술부 장관 에딩턴이야!”
아스터가 추리극에 나오는 탐정이라도 되는 듯한 포즈로 선언했다. 비록 고개는 옆으로 기울어지고, 몸은 바닥을 따라 천천히 밀려나는 중이었으나. 니아는 물을 마시라고 준비해줄 게 아니라, 얼굴에 뿌려줘야 할지 고민했다.
“이걸 알아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
“그래서 늦었다고요?”
결국 컵은 아스터의 손에 쥐어졌다. 머그컵 안에 가득 담겨 있던 물이 순식간에 목 너머로 사라졌다. 컵을 떼자마자 말하느라 닫혀 있던 목구멍이 갑자기 열리며 소리가 났다.
“맞아. 그리고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더라고.”
아마 다른 사람들도 제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로 귀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니아는 그들의 가정까지 걱정해주지는 않았다. 추측하는 사이 아스터는 컵을 바닥에 내려두고 비틀비틀 일어서서 식탁으로 향했다.
“앉아봐. 다 설명해줄 수 있어.”
마침 니아는 이 ‘퍼즐’에 약간의 관심을 두고 있었으므로, 군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니아가 자리에 앉자, 아스터는 양팔을 식탁 위에 올려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로 맞은편의 청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번 일은 자유민주당 내에서의 권력다툼과 관련이 있어. 총리라는 게… 장관쯤 되면 일상적으로는 별것 아니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장관한테는 없는 권한이 꽤 많긴 하잖아. 여기까지 이해해?”
니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스터가 다음 말을 이어가는 사이에 오렌지 주스와 컵을 가져왔다. 길어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각 부처 비서실장이나 차관보들한테 다들 반응이 어떤지 확인해달라고 했지. 사실 그걸 오늘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대화 주제가 흘러가더라. 뭐, 워낙 중요한 일이잖아. 그리고 다들 궁금해서 안달이 나 있었다고. 아무튼, 그렇게 정리해준 걸 다 모아서 본 결과가… 음, 잠깐만.”
아스터는 몇 차례 손목을 돌리거나 손가락을 쥐었다 펴는 등의 행동을 하더니 식탁 옆에 화면을 하나 띄웠다.
“재정기획부, 국방부, 의약기술부, 외교부, 산업혁신부 내에서의 관찰 결과야. 대체로 자유민주당의 장관급 인사에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가끔 다른 것도 섞여 있어. 하청을 맡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파티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다 확인해달라고 했거든. 다른 부처도 더 있어야 하긴 하는데 그쪽에는 우리 사람들이 없어서. 그래도 이 정도면 국정에 관여를 많이 하는 곳들이긴 해. 일단 재정기획부부터 보자.”
손동작 몇 번에 화면이 바뀌고 확대되었다.
“여기는 장관과 차관이 모두 자유민주당이야. 대부분이 그렇긴 하지…. 사실 차관 이상에 민중평화당이나 만국혁신당이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어. 그래서, 우리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장관은 딱히 수상하지 않았어. 차관이 오히려 이상했지. 포인트가 되는 점은 두 가지야. 하나는 새해 이후에 급하게 잡힌 일정이 많았다는 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대부분이 업무 때문이 아닌 사적인 일이었다는 거야. 정확히는, 공직자들을 만난 건 맞긴 하지만 업무 시간이 아니었지.”
짧은 시간에 말을 우수수 쏟아낸 아스터는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 듯 보였다.
“당신들, 탐정 놀이가 정말 재미있었나 보군요. 범인이 사후 수습을 위해서 많이 돌아다녔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당연하지. 아, 탐정 놀이 얘기 말고, 그 뒤에 거. 만에 하나 살해의 모든 과정이 아무 문제 없이 잘 해결되었다고 해도, 원인이 권력다툼인 이상 그 뒤에 남아 있는 일이 더 많을 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 더 죽었더라도 이상할 일이 없는 상황이야. 그럼 이어서 국방부를 보자.”
화면이 바뀌면서 주목 대상도 장관으로 바뀌었다.
“국방부는… 뭐가 없었어. 네 조사가 금방 끝난 것도 실제로 국방부 사람이 관련이 없기 때문일 거야. 음, 축하해?”
니아는 이것이 딱히 축하받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장관이 잡혀들어간다는 건 곧 상관이 한 명 더 바뀐다는 말이었으므로,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의약기술부 장관. 우리가, 그러니까 우리 당 사람들이 범인이라고 지목한 사람이지. 사실 에딩턴은 행동이 수상하지 않았어. 그냥, 바로 후보자 등록을 하고 당연하게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이상할 뿐이지. 만약 이 일이 어떤 개인이 아닌, 집단에 의해 꾸며진 거라면 반드시 에딩턴이 연관되어 있을 거야. 살해를 직접 실행으로 옮겼든 아니든, 중요한 인물이야. 그리고 이 사람도 재정기획부 차관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어.”
“점점 당신들이 한 짓이 스토킹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요.”
“어디까지나 업무적인 영역에서 상사나 직장동료를 살펴봤을 뿐이라고.”
“…네, 그래서 외교부는요?”
한 통 가까이 차 있던 오렌지 주스는 어느덧 반만 남겨두고 있었다.
“외교부는 말이지, 평소랑 똑같았어. 그래서 기록을 남길 필요도 없었지. 게렉터는 늘 농땡이 피우기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남길 기록도 없었다는 데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적어둔 게 있긴 해.”
이전의 화면들보다 훨씬 듬성듬성하게, 짤막한 단어 나열만이 적힌 화면이 나타났다.
“정말 볼 것도 없네요.”
“그렇지? 마지막으로 산업혁신부야. 이쪽은 22대 때 신설된 부처인데, 그래서인지 나름 차관이 만국혁신당 소속이지. 가까운 사람이 있어서, 대신 조사해달라고 부탁 좀 했어.”
“차라리 흥신소에 부탁을 했어도 됐겠는데요?”
“에이, 왜 그래. 정식 조사도 아닌걸.”
니아는 이쯤에서 아스터가 혀만 풀렸을 뿐 제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세상과 조금은 타협할 줄 알게 되었다고는 해도, 이건 정말 하지 않을 법한 말 아닌가. 아마 동료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을 것이다.
“그래서, 산업혁신부 장관은 어떤 수상함이 있었냐 하면, 재정기획부 차관, 의약기술부 장관과 동시에 만난 적이 있어. 바로 어제야. 아니, 그러니까, 날이 바뀌었으니 이틀 전이지, 그래. 그리고 하나 더, 장관이 제1야당인 사회근로당 쪽 인사들과 자주 만난 적이 있는 모양이야. 매번 근소한 차이로 지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면 다음 선거에서는 이길 수도 있다고 여기고 무언가 거래하러 간 걸로 추측돼. 이걸 뒷받침하는 것들이 꽤 많긴 한데, 너한테까지 보여주기에는 좀… 당 내부 자료라.”
“그런 것까지 모으는군요, 공식적으로.”
“복잡하거든. 너도 의원이 되면 알게 될 텐데.”
“아직 그럴 마음 없어요.”
“마음 생기면 얘기해. 도와줄 테니까.”
대답 대신 꼴꼴, 하고 오렌지 주스가 따라지는 소리가 났다.
“전 여전히 이해가 안 돼요. 왜 이 많은 후보 중 하필이면 의약기술부 장관이죠? 저라면 이 자료들을 보고 산업혁신부 장관을 꼽았을 거예요.”
아스터가 건방지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니아가 그걸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자, 산업혁신부 장관이 누굴 만났다고 했지? 기획재정부 차관과 의약기술부 장관이야. 그게 바로 이틀 전이고, 의약기술부 장관은 이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후보 등록이 된 상태지. 그리고 에딩턴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연루된 사건이라고 했을 때, 이 상황에서 제일 수상한 건 누구야?”
“그렇게 되면 의약기술부 장관이긴 한데요. 단독으로 꾸몄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잖아요?”
“말했잖아. 복잡하다고.”
“하…. 그래요, 사실관계가 복잡하다고 생각할게요.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사회근로당과 산업혁신부 장관이 결탁했을 수 있잖아요.”
아스터는 내내 상체를 지탱하던 팔을 식탁으로부터 떼어내고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뒤, 짧게 내뱉었다.
“그건 그렇네.”
그렇게 잠시 멈춰 있던 아스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내밀며 에딩턴이 확실하다는 의견을 굳히려 들었다. 니아가 듣기에는 그것이 딱히 신뢰가 가는 내용이 아니었기에, 다른 후보들을 거론하며 논박에 나섰다. 퍼즐 맞추기는 한참을 이어졌다.

몇 시간을 가던 논쟁이 잠시 사그라들었을 때, TV가 켜지고 뉴스 시그널 음악이 들렸다. 벌써 7시였다.
“믿을 수가 없네.”
고작 이런 이야기를 하느라 밤을 꼬박 지새웠다니. 니아가 한탄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헤드라인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속보 전해드립니다. 다이브의 전 총리 마르쿠스 엘레나 로드리게즈의 살해 용의자로―」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기대를 품은 채 아나운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플루언서 J씨가 체포되었습니다. J씨는 로드리게즈 전 총리의 지인이나, 이번 파티에는 총리의 초대로 참석한 게 아니라고 진술했습니다.」
니아의 힘 빠지는 짧은 탄식이 이어졌다. 일어나서 TV 쪽으로 걸어가던 아스터는 제자리에 서서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
“의약기술부 장관이 아니야…?”
“산업혁신부 장관도 아니네요.”
「경찰은 이를 원한에 의한 살해로 보고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공허한 거실에 아나운서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졌다.
「한편 범행에서 독의 사용은 확실시되었으나, 그 방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뉴스로 성탄제 이전과 같은 일상이 재개되었다. 두 사람은 일단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준비했다.
「로드리게즈 전 총리 살해 용의자 J씨가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전 총리의 오랜 지인이었던 J씨는 행정을 꾸려나가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앙심을 품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 보고 있어요?〛
〚응〛

「또한 당일 소지한 독극물의 양이 최소 10명을 더 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되면서 J씨에 대한 심문이 추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죽는게 나였을수도 있겠는데〛

「한편 J씨를 초대한 것은 마찬가지로 J씨와 전 총리의 오랜 지인인 의약기술부 장관, 그리고 총리 후보자인 쉴레이만 에딩턴으로, J씨의 목적을 원래도 알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봤지 에딩턴!!!!!〛
〚범인은 아니라잖아요〛
〚진짜 협력했는지도 모르고〛
〚그건 그래〛
〚이제 선거만 잘 치르면 되겠네〛
〚잘 안 풀려서 쫓겨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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